해탈한 듯한 사람을 보면 옷매무새를 여미게 되고
나 자신 역시 맑아지고 차분해지는듯한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나는 어제 그런 사람을 보았습니다.
그는 오래라면 오래라고 할 수 있는 시간동안
어떤 감정으로 마음 아파하고 가슴 시려하고
방황하던 사람이었습니다.
나의 친구라면 말리고 싶을 정도로 애틋한 마음으로
아파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어제 이제는 가라앉은듯한 서글한 그를 보았습니다.
늘
나는 가슴 ?이 고개를 끄덕여 주었습니다.
오늘 아침 비가 온다는 것을 알고 조금 놀랐습니다.
혜화역에 도착하여 우산을 펴는데 우산대가 부러지고 말았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처음 있어본 일이었습니다.
비가 제법 많이 내리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제각기
우산을 챙겨들고 바쁘게 걸어가고 있는데
나만 우산을 들고 어쩔 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때 친구가 있었습니다.
오늘따라 많이 만난 친구들과 우산을 함께 쓰고
대성로를 올랐습니다.
비에 씻겨 나뭇잎들은 내가 몹시도 좋아하는
아주 연하고 빛나는 연두색으로 반짝였습니다.
사름들은 아주 짧은 시간에도 쉽게 길들여집니다.
그것은 가슴 푸근한 일이지만 때로는 두려운 일입니다.
(위에 사람임.)
사람들은 자기가 길들인 것에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오랫만에 고등학교때 친한 친구이자 대학 친구를
만났습니다. 예전에 플레어 스커트를 팔락이며 씩씩하게
동인천,신포동을 누비던 우리는...
통닭을 아이들 몰래 니스탠드에 나와앉아 맛있게
먹던 우리는...
학년초 서로..쉬는 시간에 맨날 밥 먹는 저 아이는 누구일까.
서로를 바라보던 우리는..
사물함에서 책을 꺼내다가 우연히 사전때문에
친해진 우리는...
이제 기나긴 통학시간과 여러가지 일들로 지쳐서
예전보다 약해지고 힘 없는 모습으로 만났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은 짧은 기간동안 참으로 많이
컸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전철안에 나란히 앉아 나는 그 아이의 어깨에 기대
왔습니다. 이제는 다른 것들에 길들여져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