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전능신인데 나 혼자였어. 그래서 같이 있을 인물들을
만들었는데 내가 '전능하다'라는 생각을 하면 너무 허탈했지.
다 내가 만든 환경들, 사람과 동물들.
그래서 한 80년 동안만 나의 전능함을 잊은 채 살기로 하고
피조물-특히 인간들은 나와 동등하다는 생각이 박히게 했어.
지구란 곳도 수십억의 인구도 나 나를 위해 억지로 돌아가고
있는거야. 내 고독함을 잊게 하려고.
그런데 가끔 전능했던 시절이 떠오르려고 해. 슬픈 일이지.
그런데 내가 언제 죽기로 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아. 이게
어쩌면 다행스러운 일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내가 죽으면 주
변의 모든 것도 사라지게 될꺼야. 너희들에게 스스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과 생각하고 산다는 생각을 하게끔 할 수도 있겠지
만 그건 너무 무의미 해. 너희는 내 강요에 의해 지낼테고 그런
걸 지켜보려면 나도 힘들꺼야.
내가 없는 곳엔 아무것도 없어. 내가 여기에 있을 때엔 즐거운
성아도, 고마운 창진도, 예쁜 진여도, 밝은 여주도, 재미있는
준호도 없을거야. 내 기억엔 있다고 돼 있겠지만, 그렇게 믿고
그러길 간절히 원하겠지만, 분명히 없을거야.
슬프다. 결국엔 또 나 혼자구나.
하는 수 없지.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