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플포에는 75 만렙을 찍은 비숍의 기사가 하나 나왔는데
뭐 기사는 별 것 없었지만
그 기사에 달려있는 나도한마디, 코너의 글들은 내게 다소간의 충격이 됐어.
한 혈원으로서 내가 바라는 혈의 모습이 그런 게 아닐까 하는.
대개 만렙을 찍은 기사가 나올 때면
오토를 돌렸다느니, 부주로 24시간 돌렸다느니 등의 비난이 많은 것과는 달리
그 사람의 평가는 너무나도 긍정적이었던 거야.
순수 현 친구들로 이루어진 친목혈로
혈원들 대부분이 70렙 이상의 고렙 유저.
6명 파티에 무정탄으로 결계를 쓸고 다니면서도
공성이나 혈전에 관심 없이 극대화된 매너로 게임을 즐긴다는 그 사람들.
그 20섭 사람들은 역시 샤키(그들의 혈이름)답다는 칭찬을 하고 있더라.
칼사사를 칼사사답다고 해주는 것.
그 말에는 그 이상의 칭찬이 존재할 수 없는 명예가 스며있는 느낌이었어.
최근 나는 우리 혈에 무언가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단다.
그도 그럴 것이 함께 해왔던 옛 멤버들이 하나 둘 빠져나가기도 했고,
또 우리간의 내부 갈등이 있던 경우도 있었고, 혈원간의 결집이 잘 되지 않는 문제도 있었기에
비록 운이 좋아 당선된 혈맹주라 하여도
자의반 타의반으로 어떤 책임감과 압박을 느끼고 있던 거였어.
나는 우리가 우리만의 혈을 꿈꾼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제 우리가 우리로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 보고
그러기에 혈 확장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경주하고 있던 거란다.
나는 내심 너희들에게 불만을 느낄 때도 있었어.
너무도 쉽게 가입과 탈퇴를 반복하는 행위를 볼 때나
렙업해야 한다고 모두들 모일 때 모이지 않는 행위를 볼 때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기 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만을 하려할 때나
스스로 따르지 않으면서 혈맹주로서의 역할만을 이야기할 때나.
내가 너희의 친구가 아니고
진정한 게임 속 혈의 혈맹주로서 적절한 권한을 행사하고픈 그런 바램을 느끼곤 했었단다.
기사를 보고 이제서야 좀 반성하고 깨달았어.
그간 나 역시도 한 게 없다는 걸 말야.
같이 무언가 하려 하기 이전에 내 자신이 먼저 즐겁길 바랬던 것 같고,
혈원들을 도와주거나 같이 고민해 주는 데에 인색했었던 것 같아.
굳이 혈원이 많고, 시비가 일어났을 때 힘으로 제압할 수 있는 것만이
최고의 혈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
그러나 다만 한 가지.
이제 우리가 과거의 우리로서의 의미는 거의 없다는 생각은 아직 남아있어.
과거에 알아던 사람들이 떠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 대신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게 더 중요하다는 신념은 아직 갖고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