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여유를 찾은 느낌이다.
지난 한 주, 대개 술에 취해 바로 잠들거나
그렇지 않으면 거리에서 밤을 보냈던 것 같아
이렇게 vluez와 함께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는 것마저도
감회가 새롭다.
요즘은 컴퓨터를 떠나있고 싶은 마음이 든다.
지난 2년, 열심히 했었다는 걸 스스로 인정한다.
나는 꽤나 열심히 일했었던 것 같다.
지난 1학기, 기말고사를 못 본 것이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걱정으로 변해 간다.
나는 어쩌면 또다시 학사경고를 받을 지 모르겠다.
복학하기 이전처럼 또다시,
다음 학기에는 열심히 공부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실은 내가 요즘 무언가 변화를 꿈꾸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경찰청 일이 끝나면 나는 운전면허를 따겠지만
중고차를 사는 대신에 자그마한 자취방을 하나 마련할지도 모르겠다.
그리하여 내가 참 좋아했던 아처웹스.는
한 마디로 망하거나 vluez 위주로 돌아가게 되겠고,
나는 예전처럼 그저 학교나 다니면서 소설 같지 않은 소설을 끄적이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며 시간을 소비할지도 모르겠다.
여자아이들을 만나고, 술을 마시며, 잠을 잔다.
왕가위를 이야기하고, 아다치를 생각하며, 박일문을 꿈꾼다.
그렇지만 아직
사랑을 하고 싶지는 않다.
여유가 생기면 생길수록 분명해 진다.
나는 아직 사랑을 해서도 안 된다.
사람들이 떠오르고, 내가 행하여왔던 많은 죄악들이 떠오른다.
나는 왜 좋은 남자친구가 되지 못했을까.
옛 사람들을 만나 그 때는 너무 어려 몰랐다고, 미안하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지만
오히려 그런 것들이 전혀 도움 될 수 없다는 걸 얼마 전 깨달았다.
나는 그저 맡은 악역 그대로 그냥 그렇게 나쁜 기억으로 남아있으면 된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사랑은 유한적이고, 일시적이며, 지극히 개인적이다.
내 스스로 비관론자임을 자처하려는 게 아니다.
나는 사랑이 영원할 수 없다는 진리를 알고 있을 뿐이다.
시간이 흐른 후에 느껴지는 사랑,
그리고도 지속되는 사랑,
나는 그런 사랑을 갈망한다.
나는 아다치의 굳이 말하지 않아도 시간이 흐르면 알게 되는,
그런 여운이 참 좋다.
내가 그런 사랑을 꿈꾼다면 나 또한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것처럼,
내가 어떤 행위를 강요한다면 나 스스로가 그런 행위를 해야한다는 것처럼 당연하다.
나는 영원하면서도 유일한 사랑을 위하여
내 가벼운 사랑, 순간적인 열병, 제한적인 호감을
단호히 거부하려 한다.
나 스스로 내 사랑하는 사람에게
영원하고도 완벽한 사랑이 되고 싶다.
2001년 6월 27일 새벽 3시 30분.
나는 시간을, 시간의 거대한 힘을 믿는다.
이 여유로움이 참 좋다.
ps. yahon. 잃는 게 있다면 얻는 게 있을 게다.
이제는 아주 좋은 일이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 믿는다.
- achor WEbs.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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