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이지.
어느새 7년이나 함께 해온 칼사사 친구들 사이에서는 가족 같은 편안함이 있어.
이번 정모 역시 그러했고.
곧 다이어리에 사진을 올려놓을 예정이야.
그렇지만 술을 진탕 마셔서 정모 얘기가 없던 건 아니었어.
나는 술을 아주 조금 마셨거든.
단지 디아를 하느라. --;
지난 달 정도부터 술자리에서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아야겠다고 많이 결심하고 있어.
술을 많이 마시면 편안한 자리에서는 말이 많아지곤 하는데 그런 게 싫어졌어.
그냥 조용히 사람들을 바라보고 싶어졌어.
며칠 전 미팅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자리에서 처음에는 계획대로 별 말 하지 않고 잘 있었지만
막판에는 술을 많이 마셔서 조금 말이 많아졌었던 것도 같아.
물론 그렇다고 처음 보는 사람들 사이에서 뻑 가거나 술에 취해 실수를 한 건 아니지만
돌아와서 생각해 보니까 그냥 싫더라고.
끝까지 그렇게 조용히 버텨냈으면 얼마나 이상적이었겠는가, 후회를 했어.
침묵하는 남자가 미팅에서 인기가 있든 말든.
그리하여 이번 정모에서는 끝까지 잘 버틴 편인데
그랬더니 사실은 별로 재미 없더라고.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겠어.
그간 술자리에서 술 잘 못마셨던 여자 아이들의 고통을. --;
얼마나 지루하고 심심했을까. 술도 마시지 않고 그저 타인들의 재롱을 바라만 봐야하는 것이.
그렇지만 아직도 앞으로의 술자리에서 과음하지는 않을 계획이야.
조금 변해야할 시기인 것 같아.
머리도 잘라야겠고, 학교도 잘 다녀야겠고, 일도 열심히 해야겠고...
아직까지도 디아만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어쨌든.
곧 종말을 맞이할 내 마지막 학생 시절을 즐기는 한편으론
보다 정숙하고, 진지하고, 진솔하고, 차분하며 심지어 눈에 잘 띄지 않는,
이른바 있으나 마나 한 사람이 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해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