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 너는 적어도 시니컬해 보여.
너와 이토록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건 6-7년의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니
사실 나는 네가 정말 시니컬한지 그렇지 않은지는 모르겠어.
그렇지만 너는 적어도 멀리서 보기에 시니컬해.
어쩌면 그것이 네게 쉽게 말 붙이지 못하는 까닭인지도 모르겠어.
사람을 이분론적으로 나눠서 생각해 본다면
하얀 빛이 나는 사람과 검은 빛이 나는 사람으로 구분할 수 있을 거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너에게서는 검은 빛이 나.
또한 나 역시 내 주위에서는 검은 빛이 날 거라고 생각하고.
내가 말하는 검은 빛은 나쁜 것이 결코 아니란다.
나는 善을 신봉하지 않아.
물론 그 날 말했듯이 나는 사회가 보다 평등하게, 사람들이 보다 균등하게 살아가길 바라고 있지만,
곧 어려운 사람들도 자신의 권리를 찾아 당당하게 살 수 있는 국가를 꿈꾸지만
이것은 내가 善을 신봉한다는 의미는 아니야.
나는 검은 빛에 만족하고, 그것은 상투적인 善이나 상투적인 惡으로 동일시 되어서는 안 돼.
예수에 대항하는 아하츠페르츠의 존재처럼 정의로운 惡은 세상에 존재할 것이라고 믿어.
또한 나는 정의로운 惡의 신봉자이고.
그래. 요즘 널널하고 해서 판타지 만화를 좀 보았더니 그런가 봐. --+
흑마술이니 백마술이니 뭐 그런 얘기들 때문에 지금 다소 황당한 발언을 하고는 있다만
미친 건 아니니 너무 신경 쓰지는 말렴. --;
나는 인간의 총체적인 능력은 균등할 거라고 믿는단다.
모든 인간이 전능한 힘을 지닐 수 없을 것이고, 그러기에 각각의 인간은 평등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남의 의견은 나의 의견만큼 소중하고, 남의 생각은 나의 생각만큼 사려 깊어.
아주 예쁜 탤런트를 보고 쟤는 얼굴은 예쁜데 머리가 텅 비어서 안 돼,라고 비난한다면 잘못되었다고 봐.
외적인 아름다움은 내적인 아름다움만큼이나 가치있는 일이고,
그 모든 것을 갖추지 못했다고 비난하는 건 그저 시샘어린 질투로밖에 보이지 않아.
관심의 차이라는 것,
나는 운전면허도 없는 사람이라서 차 얘기가 나오면 별 할 말이 없게 되고,
외출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서 좋은 휴양지 얘기가 나오면 그저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듣게 된단다.
모든 것에 관심을 갖고, 어떤 화제든 조금씩 가볍게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스스로 가장 좋아하는 일에 미쳐 열정을 갖고, 그것이외에는 눈 돌리지 않는 것이 더 멋질 수도 있어.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아.
삶은 결코 영화처럼 순간적이거나 단편적이지 않기에 아름다울 수만은 없다는 걸 깨닫고 있어.
누구나 가장 사랑했던 그 순간만큼은 신데렐라나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아름답지만
삶은 영화나 소설처럼 거기가 끝이 아니잖아.
나는 아무 것도 거스르지 않고, 물 흐르는 것처럼 마음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삶을 꿈꾸지만
이것조차도 生을 지속시키기 위한 삶의 비용을 필요로 한다는 데에서 충격을 받았단다.
하루에 한 끼정도 먹는 나조차도, 그저 내 한 몸 살아가면 좋을 만한 공간을 꿈꾸는 나조차도
삶을 지속시키기 위해 마음을 거슬러 일을 해야한다는 건 언젠가 나를 참 슬프게 했었단다.
그렇게 삶을 지속시켜 나가는 데에는
울고 싶을 때 웃어줄 수도 있어야 하고, 화내고 싶을 때 참을 수도 있어야 하나 봐.
세상에 길들여 간다는 건 사회성이라는 걸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렴.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을 자제할 수도 있어야 하고, 자신을 조금 포기할 수도 있어야 하나 보더라고.
사실은 나도 잘 모르지만. ^^;
건투를 빌어. 무엇이든 잘 될 거야.
알다시피 나는 행운을 가져다 주는 사람이잖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