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사사 게시판』 35023번
제 목:(아처) 상큼한 불륜의 유혹
올린이:achor (권아처 ) 99/11/29 01:12 읽음: 45 관련자료 있음(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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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 쪽지를 하나 받았다. 내 삶은 가볍기에 별다른 생각
없이 연락한다. 이따 11시에 만나.
친구, 파트너를 보내고 홀로 놀이터에서 기다린다. 그녀는
솔직하게 말한다. 나 결혼했어.
겨우 19살짜리가 결혼했단다. 그녀의 남편은 김대중 보디
가드. 아, 맞으면 아프겠군. --;
불륜을 강요한다. 고민한다. 그녀는 19살답지 않게 섹시하
다. 170이 넘는 훤칠한 키에 허리까지 내려오는 까만 생머
리, 그리고 날 압도하는 미니스커트.
한 번 흔들려본다. 이런 퀸카를 내가 어디 가서 다시 얻으
리. 불륜은 삶의 또 다른 활력소라고 자위해본다. 그녀가 쪽
지를 건네기 이전에 서빙하는 그녀의 모습에 내가 먼저 빠졌
음을 상기한다. 이런 꿈 같은 기회를 놓칠 순 없지.
그런데 갈등한다. 미팅에는 아주 순진한 아이와 아주 까진
아이 둘이 나왔었다. 오늘은 나의 날이다. 사랑의 짝대기는
내가 휩쓸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까진 애들을 좋아하면서
도 결국 선택은 순진한 아이를 했다. 쪽지를 받는 순간 그
순진한 얼굴이 일그러지는 모습을 보았었다.
됐어, 나중에 친구나 소개시켜 줘.
그래, 그럼. 오빠 나중에 꼭 연락해.
힘겹게 돌아오며 생각한다. 젠장, 잡을 걸 그랬나.
순진한 내 파트너였던 아이의 전화다. 그녀 잘 만났어?
뜻대로 되는 건 아무 것도 없다. 불륜을 강요하는 퀸카도,
소박한 얼굴로 울먹이는 순진걸도 모두 싫다. 모두들 꿈꾸는
절대적 사랑으로부터 벗어나 있다. 누군가 필요하긴 한데 어
떻게 만나야할지 모르겠다.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것, 이미 깨달았지만 조급해진다. 이
러다 아무렇게나 사랑하고, 그리고 애 하나 달고 서방님이라
고 부르는 그 아이와 결혼하게 될지 몰라 불안하다.
그렇지만 역시,
시간과의 싸움.
난
시간, 인연, 운명을 믿는다.
시간. 인연. 운명.
98-9220340 권아처
# 1999.11.30 17:55 [34]
몇 가지 부연해둔다.
한 친구는 아직도 시간, 인연, 운명을 믿느냐고
내게 말해왔는데
이상하게도 난 그 말이 회의조로 들렸었다.
시간, 인연, 운명을 기다리다 지쳐
아무렇게나 사랑해 버리는 또다른 운명.
그 사랑이 별 것 아니라며 괜한 질투를 하는 건 아니다.
다만 내 운명은
어떻게 하여도 거부할 수가 없어서
어떻게 된다 하더라도 그 자체가 운명이 되는,
절대 빠져나갈 수 없는 Hotel California일 뿐이다.
그리하여 난 아직도
시간, 인연, 운명을 믿는다.
그리고 불륜.
불륜이 문제는 아니다.
남자친구 있는 내 운명의 여인을 놓칠 생각은 없다.
그런 건 아무 것도 아니다.
윤리는 변화한다.
다만 난
서부극을 싫어한다는 것뿐이다.
유치하게 한 여자 놓고 싸우는 건
어떻게든 사랑이 아니다.
그 여자의 사랑이 완벽하다면
싸울 필요가 있어선 안 된다고 믿는다.
이 말을 덧붙여두고 싶었다.
98-9220340 권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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