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사사 게시판』 30936번
제 목:(아처) 문화일기 115 エクスタシ―
올린이:achor (권아처 ) 98/12/16 00:41 읽음: 18 관련자료 있음(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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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エクスダシ―, 村上龍, 창공사, 1993
이 책과 나와의 인연은 참 오묘한 편이다.
난 무라카미 류를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었다.
언제쯤인지 생각은 나지 않는데
난 이 책의 신문광고를 통해 그의 이름을 처음 보았었고,
그 며칠 뒤 도서관에서 이 책을 류의 첫 작품으로 보았었다.
이 책의 한국어판 제목은 '고흐가 왜 귀를 잘랐는지 아는가'였는데
난 '상실의 시대'처럼 의역된 제목은 무척이나 싫어하면서도
왠지 그 한국어판 제목에 끌렸었다.
과연 고흐는 왜 귀를 잘랐을까?
이 낯선 일본 작가는 그 이유를 무엇으로 설명했을까?
그 시절 조금 읽다가 만 후
뒤늦게 그 때의 추억에 잠겨 이 책을 다시 골랐는데
허걱. 책을 읽다 잃어버렸던 게다. --;
그 땐 너무도 이 책에 빠져있어서
내겐 큰 상심이었다.
하다 타의에 의하서 중간에 그만 둘 수밖에 없던 일에서 느껴지는
짙은 허탈감, 그런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다시 이 책을 읽었을 때는
그 때의 감정이 되살아 나지 않았다.
언젠가 프로필에 '마약이 하고 싶어' 따위를 지껄인 적이 있는데
그 때가 바로 이 책에 빠져있던 때였다.
아마 그 시절 내가 이 책을 다 읽었더라면
이 글은 '마약을 하고 싶어' 혹은 '변태가 되고 싶어' 따위로
기록되어 있을 게다.
불과 며칠 전의 일이지만
이상하게도 그 땐 마약이 무척이나 하고 싶었고(전에도 조금은 그랬긴 했지만)
변태, 특정지어 성행위에서의 사디스트가 되고 싶었다.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지금은 그렇지 않다.
아마도 그건 이문열에 기인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무라카미 류의 다분히 개인적, 감상적 느낌만의 서술로부터 벗어나
이문열의 차분하고 냉철한 묘사와 설명에 익숙해지니
보다 냉소적으로 소설 속 주인공들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만큼 내 주관이 없다는 증거도 되겠지만.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마약과 마조히즘의 이야기이다.
마치 유명한 문구처럼 제목 다음 장에
'지배가 에로티시즘을 낳는다'라고 선명하게 쓰여져있는.
시작은 제목대로 고흐가 왜 귀를 잘랐는지 아는가를 묻는
거지로부터 시작된다.
그렇지만 그 의문은 이 책의 주된 이야기 거리가 아니다.
답을 설정된 레벨의 차이라고 그는 말하는데
내 보기엔 인간이 갖고 있는 레벨, 목표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했다기 보단
마약과 마조히즘에 빠진 인물상을 보여주는 데 급급했던 것 같다.
사실 경험 없이는 쉽게 단정지어 말할 수 없는 일이다.
정말 지배가 에로티시즘을 낳는지 그렇지 않은지
겪어보지 못한 자가 무엇을 알겠는가.
세상 모든 일들을 한 번쯤 겪어보고 싶다.
그렇지만 경험이란 이름으로 행하여진 악행들을 알기에...
Nirvana의 'Smells like teen spirit'에 나오는
'albino'란 단어를 봤을 때 느꼈던 희미한 반가움을 기록해 둔다.
981205 21:10 아마 그 사건이 없었다면
난 마약이 하고 싶어, 혹은 변태가 되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을 게다.
98-9220340 건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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