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엄청나게 포장됐던 아이리스의 종영 이후 추노가 후속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사극이라는 점도, 주연이 장혁이라는 점도, 그리고 여배우가 이다해라는 점도.
그 어떤 점도 매력적이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당연히 1회를 보지는 않았다.
그러나 편견이었다.
1회 후 사회적 반향은 찬사를 넘어서고 있었고,
나는 2회 시청 이후부터는 사정상 생방송으로 볼 수 없게 된다면 불법으로 다운로드 받아가면서까지 반드시 당일 시청해 왔었다.
그만큼 매력적이었다, 추노는.
2.
모든 게 좋았지만 그 중 한 가지를 굳이 꼽으라면
천성일의 극본일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짜임새가 있는 게 좋았고,
다양한 주연급 인물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도 이야기가 흩트러지지 않았다.
또한 적절한 복선도 아주 좋았는데
일례로 23회에서 그 분의 반전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지만
초기 어음의 복선 덕에 나는 그 반전의 가능성도 조금 예상은 하고 있었다.
장혁을 비롯한 각 주연, 조연의 연기도 좋았다.
성동일나 하시은 등의 연기가 각광 받기도 했지만
그 중 장혁의 연기는 경이로움의 수준이었다.
그는 완전히 이대길이었고, 이대길은 장혁을 통해 완성되었다던 작가의 말은 괜한 립서비스가 아니었다.
얼굴표정도, 말투도, 액션도 최고였다.
OST도 좋았다.
Gloomy 30's의 바꿔,와 최철호의 꽃길 별길,은 유독 인상적이었다.
장송곡 혹은 종교음악처럼 시작하지만 강렬한 랩메탈로의 반전이 좋은 바꿔,
제목대로 평온한 봄날의 오솔길을 걷는듯한 꽃길 별길 모두 수작이었다.
주연인 이다해는 무관심이었지만
작은주모의 윤주희, 윤지의 윤지민이라는 매력적인 배우들이 있었다는 것도 추노의 매력이었겠다.
3.
드라마가 보여주고자 했던 민초의 삶 속에서는
현대에서도 통용될 법한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에 관한 진지한 고민이 녹아져 있었다.
이대길이 꿈꾸던 소소하지만 행복한 삶,
사랑하는 가족과 열심히 일해 먹고 살 수 있는 논밭이 있어
어차피 한 번 살아가는 삶, 욕심도 갈등도 없이 작은 행복을 누리며 사는 것과
송태하가 꿈꾸던 큰 포부를 갖고 최선을 다해 노력해 나가는 삶,
진지한 성찰과 원대한 이상과 결과보다는 과정에 목적을 두고
어차피 한 번 살아가는 삶, 이루지 못할 지언정 꿈꾸며 실천해 나가며 사는 것.
무엇이든 가치 있었고,
이는 아직까지도 내가 풀지 못한 삶의 숙제이기도 했다.
또한 겉으론 왈패에 인정사정 없지만 속으론 사람에 대한 깊은 연민을 지니고 있고,
자기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것 같지만 이미 이어질 수도 없는 사랑을 위해 자신의 生을 바치던 지독한 사랑도,
드라마 속에 깊이 내재돼 있던 평등사상도 보기 좋았다.